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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의 생활공간, 부동산 - 에프아이알이

에프아이알이 2021. 3.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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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공간을 이야기할 때, '집'이라는 말보다 '아파트'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공간으로써의 집을 투자의 대상처럼 부를 때, 부동산, 혹은 아파트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투자와 아파트값은 유사 동의어처럼 쓰였다. 전통적이고 아주 오랫동안 애증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우리네 생활공간, 부동산이다.

 

파이어족이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집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 투자 자산으로써의 부동산과 생활공간으로써의 집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이 둘이 마구 섞여 중간 어디쯤에 있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은퇴를 준비한 이후부터 생활공간으로써의 집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끔 신문이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본다. 나 자신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생활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파트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불편을 감수했다. 어쩌면 나도 내가 사는 아파트를 오직 투자 자산으로만 여기고 있었는지 모른다. 투자 자산의 많은 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생활공간을 양보하고서라도 나는 부동산을 택했다.

 

 

 

 

 

 

처음 부동산을 매입해서 이사를 들어갔던 때를 기억한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아파트 꼭대기 층을 구입했다. 원룸 월세에서 자가로 이사를 했지만 나는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들어가면서 결코 기쁘지 않았다.

 

내 집이 생겼지만, 출퇴근 시간은 30분이나 길어졌고, 나만의 공간을 싸구려 가구들로 채워 넣었다. 아파트 꼭대기 층을 매일 오르내렸고, 집은 잠을 자는 곳, 밥을 먹는 곳, TV를 보는 정도로 느껴졌다. 집 값이 빨리 오르는 것, 나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다. 내가 집을 연봉보다 많은 빚을 지고 내 집을 마련한 단 하나의 이유였다.

 

 

 

 

 

 

 

 

집에 부동산과 생활공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로 그 둘을 분리시키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이미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있었고, 부동산으로써의 기능에 충실한 나만의 공간을 다시 복구시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파이어족이 되겠다 마음먹었다면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집이 부동산의 기능을 하고 있는 자산인지, 생활공간의 기능을 하고 있는 집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자산으로써의 공간에서 생활은 어울리지 않고, 생활공간으로써의 공간에서 자산으로써의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다. 집은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기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자금으로 딱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거 공간으로써의 집을 구할 때는 투자 자산으로써의 집을 구할 때와는 다른 기준을 따라야 한다. 투자 자산으로써의 집을 선택할 때는 교통, 도심과의 접근성, 문화 시설, 생활 편의 시설, 발전 가능성, 생활 편의성 등을 따지지만 생활공간으로써의 집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생활 방식, 삶의 지향점, 취미, 성향, 행복, 안정감 등을 따진다.

 

은퇴 라이프를 굳이 투자 과열 지역에서 보낼 필요는 없다. 도심에서 제공하고 있는 편리함을 양보할 수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더 넓고,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집값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활 방식과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자금도 함께 따라온다. 간단히 도시와 도외 지역의 생활비를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다.

 

생활공간은 삶의 지향점과 어울리는 곳으로 만드는 게 좋다. 몇 개월에 한 번 간신히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면서 각종 문화생활과 편의 시설의 접근성을 논할 필요는 없다. 1인 가구라면 대형 마트와 가까운 위치보다는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과의 접근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얼마 전 배우 최여진 님의 오프 라이프가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2도 5촌 (도시에서 2일, 농촌에서 5일)의 삶을 보내는 그녀의 공간은 단출했지만 그녀의 일상과 딱 어울리는 조합처럼 느껴졌다.

 

 

 

 

 

 

 

작은 공간에 침대와 냉장고가 전부인 그녀의 공간은 여가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과 함께 보내고, 서핑을 즐기는 일상에 딱 맞는 공간은 다른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보다 그녀에게 어울려 보였다. 다른 이들처럼 넓은 마당이 있는 큰 평수의 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서핑을 일상처럼 즐기는 삶을 살았다면 아마도 많은 이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다른 세상의 삶처럼 보였을지 모르는 일이다.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단출한 공간과 자유로운 삶, 그녀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삶의 모습이었다.

 

 

 

 

 

 

은퇴를 하고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다면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원룸도 괜찮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위해서라면 산중에 위치한 교통은 불편할수록 좋다. 시골도 좋고, 지방 중소도시도 괜찮다. 나의 일상과 가장 잘 어울린다면 생활공간으로써의 집으로 충분하다.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면 은퇴 나만의 생활공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가장 크고 중요한 결정 중에 하나이고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주는 선택이다. 자산으로써의 집은 잊어라. 일을 하기 위해서 집을 찾았다면 나를 위한 집을 고르는 연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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