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아이알이

마흔 전에 은퇴하기 (feat. 파이어족) - 에프아이알이 본문

에프아이알이, 파이어족/일상

마흔 전에 은퇴하기 (feat. 파이어족) - 에프아이알이

에프아이알이 2021. 2. 18. 09:12
728x90
반응형

한 때 즐겨 보던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민 갑부가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대박 난 순대국밥집을 소개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가득한 음식점 내부가 비춰졌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상적인 주인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평생을 한결 같이 일에 매달려 그녀의 손에 남은 거라고는 순댓국 가게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도 다행일지 모른다. TV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쫓겨나듯 은퇴를 맞이하니까.

 

나는 프로그램을 보고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도 수많은 사람들처럼 비참한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건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 일이 전부가 되어버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은퇴라를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더 잘 할 수 없을까? 만약 그 할머니처럼 무언가를 위해서 나의 삶을 통째로 바칠 수 있을까?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만약 내가 바라던 성공이 상상과 다르다면 어떡하지? 일이 중심이 되어버린 삶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물질적으로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잃는 것은 없을까? 혹시 나에게도 오직 일 밖에 남는 것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결국 일을 하기 위해 사는 삶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은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긍적적이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은퇴란 사회적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더 이상 사회에서 필요 없는 분류가 되어버리는 것 같은 취급...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일은 이미 일상의 중심에서 소중한 것들을 밀어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출근을 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은 바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잦은 야근 때문에 취미 활동을 포기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을 선택했고, 인정받기 위해 더 어려운 일을 맡았고, 또 일을 해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했다. 포기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내 개인적인 삶이었다. 일을 빼고 나는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은퇴를 상상한다면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나는 마흔이 되기 전에 떠나겠다고 마음 먹고 준비를 시작했다. 파이어족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 FIRE) 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은퇴를 꿈꾸면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