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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파이어족일까? - 에프아이알이 본문
직장인의 최종 목표는 퇴사라는 말이 있다. 퇴사를 꿈꾸며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퇴사를 꿈꾸는 이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은 일을 않고 안락한 노후 보내는 것이다.
좁은 취업의 문을 뚫고 300여 명의 동기들과 함께 입사를 했다. 거의 모두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기에 초반에는 입사 문턱을 넘었다는 해방감에 자주 만나서 저녁을 먹곤 했다. 신입사원 들이었기에 모두 비슷하게 월급을 받았다. 야근을 많이 하는 부서에 배치받은 동기는 수당을 조금 더 받았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모두가 비슷한 벌이를 하고 있었지만 수입을 소비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달랐다. 한 동기는 새 차를 뽑고, 여행을 다니고, 옷을 샀다. 다른 동기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부모님께 월급의 일부를 보냈고, 어떤 동기는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며 저축을 했다. 그중에 한 동기는 보험을 들고, 연금을 들었다. 나는 월급의 반 이상을 보험과 연금, 펀드, 저축으로 쓰는 동기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여유있는 은퇴 생활을 할 거야."그의 꿈은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행복한 은퇴 생활을 꿈꿨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은퇴만을 바라보며 오늘을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은퇴가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행복한 은퇴 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평화로운 일상에서 돈 걱정 없이 보내는 하루를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는 단순히 일을 그만하게 되는 시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은퇴 후에도 하루는 계속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은퇴를 꿈꾸는 이들은 은퇴 후 자신만의 계획이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박승희 선수는 어릴 때부터 꿈이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패션 관련 일을 하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27세의 나이로 빙상계에서 은퇴했다.
현실에 치여 취업을 하고 꿈을 잠시 미뤄 두었지만, 마음 속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꿈꾸는 삶을 이룰 수 있다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해 나갈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미래의 꿈꾸는 일상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파이어 운동의 주된 목적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파이어족은 정년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가능한한 빨리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이루고,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통해서 꿈꾸는 일상을 현실로 만든다. 꿈꾸는 삶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경제적인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가능한 많은 금액을 저축하고 투자에 집중해서 경제적 자립을 준비한다. 경제적인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월급의 70~80%를 저축하는 경우도 있고, 꿈꾸는 삶을 위해 조금 덜 벌고 덜 쓰는 삶을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파이어족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아가지만, 꿈꾸는 일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이어 운동은 마치 돈과 시간을 저울질 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위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시간을 위해 물질적 욕망을 절제할 것인가'를 두고 선택을 하는 것과 같다. 선택의 기로에서 파이어족은 시간의 자유를 선택한 이들이다.
파이어족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파이낸셜 프리덤Financial Freedom》의 작가이자 파이어 운동 블로거 그랜트 사바티에Grant Sabatier는 그의 저서에서 '1달러로 행복 최대화maximize yout happiness per dollar'하라는 방법으로 제한된 돈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행복하다고 느끼는 곳에 돈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너무나도 쉽게 말을 해왔다. 끊임 없이 나의 삶이 행복한지 물어 왔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인내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지출도 역시 나 자신을 위한 소비라고 믿었다.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차를 바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행복의 일환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출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따져보면 대부분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경우가 많았다. 택배를 열어보는 순간 설렘, 그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넓은 집, 호화로운 생활, 매일 도착하는 택배 박스, 외제차와 명품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금세 사라져 버렸따.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 한적한 오후에 공원을 산책하는 일상,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여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직접 지은 밥을 먹는 저녁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행복하다 느끼는 일들은 대부분 돈이 전혀 들지 않거나, 거의 들지 않은 것들이었다.
"너는 이런 여행이 힘들지 않아? 왜 고된 여행을 계속하는 거야?"
"행복해서."
파이어 운동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전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모두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제한된 금액으로 최대한 오래 여행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다른 배낭족들처럼 최대한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싸구려 숙소에서 잠을 자고, 딱딱한 빵으로 식사를 때웠다. 여행은 고단했다. 불편했고, 번거로웠다. 가끔은 김치찌개가 무척 간절했고, 푹신한 침대가 그리웠다. 하루는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숙소에서 함께 묶고 있던 한 배낭족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이런 여행이 힘들지 않아? 왜 고된 여행을 계속하는 거야?"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행복해서."
목표했던 대학에 들어가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면, 승진하면, 차를 바꾸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산책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파이어족은 돈을 모아서 은퇴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행복한 삶을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이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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