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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 나는 지금 어떤 소비를 하고 있을까? - 에프아이알이 본문
파이어족에게 소비와 지출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은퇴 자금을 마련할 때도, 조기 은퇴를 한 후에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는 언제나 집중 대상이다. 특히 파이어족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소비와 지출에 관한 고민은 시작된다. 은퇴 자금을 모아야 하기에 무엇을 어떻게 줄일지, 무조건 쓰지 않는 것이 답인지,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은 어떻게 구분할지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야 하지만, 동시에 일상을 유지하고 삶을 질을 위해서는 적절한 소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없이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 수입에 집중한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재테크에 뛰어들고, N잡러가 되고, 더 높은 연봉을 위해 자기 계발에 집중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느 정도 수입은 늘어나지만 그에 맞춰 지출도 함께 늘어난다. 고생한 자신을 위해, 더 높은 연봉을 위해, 바쁜 일상 때문에, 나를 위한, 나를 대신할, 수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지출도 함께 늘어난다. 땀 흘려 번 돈이 손에 쥐어지기가 무섭게 금세 빠져나간다.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아껴서 생활해 보지만 돈은 항상 부족하다.
"나는 과연 제대로 된 소비를 하고 있을까?"
지출은 점점 늘고, 지출을 줄여보려 하지만 잘 줄어들지 않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찾아서 절약을 실천해 보지만 잘 안된다면 소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7년 미국 PBS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당시 미국 젊은 세대의 소비 지향적인 문화에 관한 내용으로 소비가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소비의 의미에 대해서 집중했다.
우리는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매일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너무나도 쉽게 돈을 쓸 수 있다. 소비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소비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도 생겼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소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사람들, 끊임없이 소비하고, 지출로 삶의 결핍을 채우는 사람들을 어플루엔자 바이러스 (Affluenza Virus)에 걸렸다고 말했다. 2001년(우리나라 번역서 2002년) 책으로도 출간되기도 한 《어플루엔자 : 풍요로운 시대 소비중독 바이러스Affluenza: The All-Consuming Epidemic》는 소비로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꼬집는다.
우리는 너무 쉽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일하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소비한다. 나는 과연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소비하고 있을까? 돈 걱정 없이 더 많이 소비하면 행복해질까? 만족한 만큼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일까? 굳이 과소비가 아니더라도, 소비 중독에 시달려 고통을 느끼거나, 소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하는 소비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명품 가방? 최신 전자기기? 외제차? 물론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까? 예를 들어서 여름휴가 같은 것 말이다.
여름휴가는 1년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 중에 하나이다. 휴가라는 단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면 1년 중에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몇 안 되는 순간일지 모른다. 손꼽아 기다린 여름휴가는 해외 바닷가에서 보내도 좋지만, 국내 작은 소도시에서 휴가를 즐긴다고 휴가가 덜 기다려지는 것은 아니다.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휴가를 보내는 시간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
똑같은 시선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찾아본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연인과 함께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비싼 음식이 아니라 소중한 이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집 근처를 산책하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비싼 경비를 들여 고급 호텔을 예약하고, 옷을 사고, 근사한 저녁 식사는 나에게 만족스러운 하루를 선물해 주지만, 진정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할 때도 있다. 물론 풍족함에서 오는 만족과 행복은 다르다. 쇼핑 뒤에는 만족스러울 수는 있지만 행복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때가 많다. '나쁘지 않다'와 '좋아한다'가 다르듯, 삶을 나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소비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로 바꾼다면 보이지 않던 불필요한 지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에 소비하고 있나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나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지출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유명 셰프의 음식도, 비싼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명품 구두나 럭셔리한 생활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는 라면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아늑한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안 쓰겠다는 결심보다, 제대로 쓰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절약하기 위해 무작정 생활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기존 생활을 유지하면서 소비 방식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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