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아이알이
내가 은퇴 계획을 털어놓았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은퇴를 한다고? 너 금수저였구나?!” 파이어 운동에 대해서 알게 된 이후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두 가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삶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는 직장에 묶여 도시에 위치한 크지고/작지도 않은 아파트에서 중형차를 끌면서 퇴근과 주말과 여름휴가만을 기다리며 사는 삶. 또 또 다른 하나는, 한적한 시골 작은 집에서 나만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다소 불편한 방식으로 즐기는 삶. 나는 머릿속에는 두 가지 삶을 끊임 없이 저울질 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걱정에 파이어를 포기했다가도,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삶의 매력에 다시 파이어족이 되어야겠다..
한 때 즐겨 보던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민 갑부가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대박 난 순대국밥집을 소개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가득한 음식점 내부가 비춰졌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상적인 주인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평생을 한결 같이 일에 매달려 그녀의 손에 남은 거라고는 순댓국 가게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도 다행일지 모른다. TV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쫓겨나듯 은퇴를 맞이하니까. 나는 프로그램을 보고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도 수많은 사람들처럼 비참한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건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 ..
코로나19로 사회는 혼란스럽지만 퇴직을 했습니다. 아직은 30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많기에 은퇴를 하겠다 결심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파이어족입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삶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졸업시켜주기 전에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뛰쳐나왔습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계획했고, 준비해오던 일입니다. 일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은 많습니다. 파이어족이 되었으니 최대한 재미있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 궁리 중입니다. 이미 진행 중인 일도 있고, 잠시 미뤄둔 계획도 있지만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데 한..
〈인간 극장〉 날마다 소풍 -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 "나는 일찍 은퇴해서 조용하게 살 거야."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자연인이 될거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들은 조용하고, 소박하고, 느리고,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생활을 선택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어쩌면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는 생각을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뒤쳐진 가치관이라고 판단했거나, 조기 은퇴는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생활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아직까지 잘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걱정만큼 불행한 삶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2010년에 방영된 〈인간 극장 - 날마다 소풍〉 편에는 이미 오래전에 제주도 느린 생활을 시작한 부부의 모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