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아이알이

한 때 즐겨 보던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민 갑부가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대박 난 순대국밥집을 소개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가득한 음식점 내부가 비춰졌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상적인 주인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평생을 한결 같이 일에 매달려 그녀의 손에 남은 거라고는 순댓국 가게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것도 다행일지 모른다. TV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쫓겨나듯 은퇴를 맞이하니까. 나는 프로그램을 보고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도 수많은 사람들처럼 비참한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건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 ..

코로나19로 사회는 혼란스럽지만 퇴직을 했습니다. 아직은 30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많기에 은퇴를 하겠다 결심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파이어족입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삶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졸업시켜주기 전에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뛰쳐나왔습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계획했고, 준비해오던 일입니다. 일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은 많습니다. 파이어족이 되었으니 최대한 재미있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 궁리 중입니다. 이미 진행 중인 일도 있고, 잠시 미뤄둔 계획도 있지만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데 한..

〈인간 극장〉 날마다 소풍 -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 "나는 일찍 은퇴해서 조용하게 살 거야."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자연인이 될거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들은 조용하고, 소박하고, 느리고,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생활을 선택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어쩌면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는 생각을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뒤쳐진 가치관이라고 판단했거나, 조기 은퇴는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생활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아직까지 잘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걱정만큼 불행한 삶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2010년에 방영된 〈인간 극장 - 날마다 소풍〉 편에는 이미 오래전에 제주도 느린 생활을 시작한 부부의 모습을 ..

은퇴 자금은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성껏 모은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은퇴 후 30년... 얼마나 많은 생활비가 필요할까? 10억? 20억?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은퇴만을 준비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4인 기준 평균 생활비가 약 250만 원 정도라고 한다면, 1년이면 3,000만 원, 10년이면 3억 원, 30년이면 9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은퇴를 하려면 10억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방금 계산된 금액들은 금융적인 이론과 자본주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9억 원은 단순히 생활비의 총 합일 뿐이지 실제로 필요한 은퇴 자금의 액수가 아니..